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작가 수정입니다 :)
헐리우드 48시간 재도전 다이어트 후기랑 쭈꾸미 집 후기를 뒤로하고
개인적인 일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ㅎㅎ
다름이 아니고, 지난 주 금요일 아침
저희 외할머니께서 작고하셨기에 외가인 대구에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30대 중반이 되어 처음인 장례식이고,
20대 때와는 다르게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는데요
어떤 생각들이 스쳤는지,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1. 별로인 회사에는 정 붙이지 말자
경조사를 통해서 그 사람의 됨됨이와 인성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축하하는 결혼식보다 오히려 애도를 표하는 장례식에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걸 느꼈는데요.
바로 그 대상은 회사입니다.
솔직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좀 실망을 많이 했어요.
부고 소식을 들은 아침, 바로 srt와 고속버스 어플을 켜서
예약 가능한 좌석을 알아보았어요.
안타깝게도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라 srt는 all 매진이었고,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가야 했는데
그마저도 자리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더라구요.
회사에는 출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부고 소식을 대표님들께 먼저 전달하고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회사는 공동대표로, 총 세 명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계십니다.
오전 9시 경, A대표님께 먼저 전화를 드렸습니다.
받지 않으셔서 문자를 남겼습니다.
B대표님께 다음으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받지 않으셔서 역시나 문자를 남겼습니다.
마지막으로 C대표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신호음이 길어져 끊으려는 찰나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받으시더라구요.
부고 소식을 알려드렸고, 저에게 위로라기 보다는
자는데 깨서 귀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셋 중 한 명에게만 알려줘도 되는데 왜 나한테까지 전화했냐는 느낌?
문자 남겨놓으면 전화할텐데 왜 아침부터 전화해서 깨웠냐 이런 느낌?
그렇게 10시가 다되어 B대표에게서 위로의 문자를 받았고(전화 아님ㅎ)
부고장이 있으면 보내달라(화환을 보내기 위한 목적, 회사에서 기본적인 건 해줬다는 느낌) 하더라구요.
사실 귀찮지만 챙겨야 하기 때문에 챙기는 사무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근조 바구니가 왔는지도 몰랐는데 왔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인증샷이랑 신경써주셔서 감사하다는 톡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었어요.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회사 돈으로 20만 원,
A B C 대표 각각 10만 원씩 부의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별도의 부의는 없더라고요.
심지어 친가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A, B, C 대표 셋 다 위로의 문자도 보내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부모상에는 회사 차원에서 부조금을 주지만
외조부모상에는 회사에 따라 안 주거나 안 챙기는 곳, 심지어 경조휴가도 없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제가 다니는 곳은 대기업도 아니고
솔직히 주먹구구식의 소규모의 회사입니다.
그리고 제가 올해로 6년차예요.
대표 개인 역량에 따라서 부조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설령 그게 부담스러우면 위로의 문자라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앞서, 전화를 받지 않아서 남긴 문자에는
A대표와 C대표는 아예 답장도 없더라고요.
그게 돈 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런 태도에 대표로서, 아니 대표라는 직책을 떠나서
A와 C라는 사람에 대한 정이 떨어지더랍니다.
그렇게 어제 저는 서울로 복귀했고, 오늘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어요.
그런데 B 대표만 저에게 잘 다녀왔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못 가서 미안하다구요.
A는 제 공간을 지나쳐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C는 커피 마시려고 제 공간을 지나쳐서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받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더라구요.
그러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저한테 별도로
괜찮은지, 잘 다녀왔는지 그런 안부도 묻지 않더라고요.
심지어 휴가계를 제출하러 온 직원도 저에게 괜찮은지 안부를 물어보는데 말이죠ㅎ
이번 일로, 저는 회사에 완전히 마음이 떴습니다.
굳이 회사에 정을 붙일 필요도 없고
그냥 주어진 할일만 적당히 하면서, 이 곳을 위해 마음 쓰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제가 대표였다면 대구라 멀어서 못가서 미안하다
만약에 일요일에 표가 없거나 서울 왔는데 너무 피곤하다면
월요일에 푹 쉬고 화요일에 출근하라고 했을 겁니다.
그래도 나름 이 회사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직원이니까요.
+퇴근하기 5분 전에 C대표가 조의금 직접 자금이체하라고 했습니다 ㅡ_ㅡ;
지금까지 뭐하다가 집 갈 때 되니 얘기하는건지ㅎ
2. 있을 때 잘하자
그래도 제가 외할머니께 후회하지 않는 건
나름 간간이 안부 문자와 전화를 드렸었어요.
그냥 무심코 생각날 때 그냥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고,
통화가 부담스러우면 문자 한 통이라도 남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더 잘해드리지 못해서 후회되거나 미련이 남는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외할머니께서 몸이 불편하실 때 부모님 댁에 놀러오신 적이 있는데
저에게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시키셨는데,그걸 좋은 마음으로 하기 보다는 귀찮다고 생각했던 거
그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발인 당일, 관을 운구차에 실을 때
그때, 외할머니께서 잘 가라고 손짓하며 배웅해주시던
그 모습이 환영처럼 오버랩되어
그 때가 오히려 입관식 때보다 슬펐습니다..
있을 때 잘하자는 흔한 말이 인생의 진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단, 잘해주되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라는 생색과 옹졸한 마음은 갖지 않고 말이죠.
3. 미워하고 원망하지 말자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감정은 암처럼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 같습니다.
이모들 중에 외할머니에게 그런 원망을 가진 이모가 한분 계세요.
평생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망감으로
언제부터인가 가족과의 연을 끊고 살다가 장례식장에 처음 나타났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도 한 번 안 오더니,
입관할 때 그렇게 펑펑 서럽게 울더랍니다.
그렇게 원망할 때는 언제고, 그제서야 후련한지..
저도 한 때 부모님을 정말 원망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그런 감정을 승화시키면서 해소했고
지금은 부모님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밉고 싫어도 가족으로 얽힌 인연은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차피 돌아가시면 돌이킬 수 없고 후회할 거,
가끔 밉더라도 그 감정을 잘 소화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혹시 아시나요?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항상 존재한다.
즉, 두 물체가 서로에게 미치는 힘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다.
부정적인 에너지도 마찬가지래요.
내가 무엇인가에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면,
그 크기만큼 어딘가에서 부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이지요.
내가 주먹으로 책상을 세게 내려치면,
그 힘이 가해진만큼 내 손이 아프게 되는 것처럼요.
그래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그런 마음이 들수는 있겠지만 그에 잠식당하지 말고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마음으로 작게 작게 접어서
소각시켜버리는 지혜로움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 혼자보단 둘이 낫다
이제 30대 중반이 되니 이모들도 어느덧 나이들이 있으셔요
그러다보니 참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더랍니다.
무난하게 자녀 두명을 둔 이모, 아들 한 명만 낳았지만 이혼한 이모, 아직까지 싱글인 이모
싱글보단 가족이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보기가 좋았어요.
물론 싱글이더라도 부족한 거 없이 잘 살면 좋겠는데..
저희 막내이모는 그렇지 않아서ㅠ
다른 이모들에 비해 초라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결국 스스로를 잘 챙겨야 하겠지요.
저 또한 50대, 60대에도 혼자라면 막내이모처럼 될수도 있으니
앞으로 나이 들어서도 재정적인 수입이 끊기지 않도록
무엇을 하면서 노후를 보내야할지 고민을 해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결혼한 제 친동생, 예전에 결혼한 이종사촌도
배우자와 함께 장례식장에 자리를 지켰는데요
친구처럼 잘 지내고 옆자리를 함께해주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뿌듯하고 흐뭇하더랍니다 :)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낫더라구요.
아직까진 연애생각, 결혼 생각이 없는데요
사주랑 자미두수를 조금 보실 줄 아는 이모가
내년 음력 5월 말 이후로 들어오는 남자가 결혼할만한 남자일 거라고 하시네요 ㅎㅅㅎ
지금 알고 지내는 남자가 내년 음력 5월 말 이후에 고백해서 사귀게 되는 것도 괜찮대요
그리고 39살에 결혼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ㅇㅅㅇ
나이 차이가 좀 날 수도 있을 거라네용
오이이잉~.~
참 신기해요.
예전에 신점을 본 적이 있는데, 저랑 최소 9살 이상 차이나는 남자가 아니면
39살에 결혼하게 될 거라고 그랬는데 비슷해서 좀 놀랐습니다.
그리고 신점은 제가 미래에 인천에서 뭘 팔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네요 ㅇㅅㅇ
과연.. 미래에 제 모습은 어떨지
전 결혼을 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5. 의미있는 삶이란?
화장이 끝나고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외할머니를 보면서
참 인생이 허망하더라구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의미있는 삶일까?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제가 내린 인생의 정의는
"추억 만들기"였어요.
살아 있을 때, 좋은 사람들이랑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인생 사진첩에 그 장면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생각은 지금에도 변함없지만 이번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이상하게 봉사활동이 하고 싶어졌어요.
보육원이나 아동 복지 관련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양원 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과 격려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설여지는 이유는 너무 많이 정이 들어버릴까봐인데요,
그래도 이런 경험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
터닝포인트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생각의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역시나 많은 용기가 필요하네요.
내년 목표로 한번 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6.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슬펐지만,
저는 사실 내가 만약에 뜻하지 않게 죽는다면?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죽는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만약 뜻하지 않게 젊은 나이에 죽는다면
가족들이 너무 슬퍼할 것 같아서 현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삼일을 함께 있어줄 친구가 있을까?
내 입관식 때 같이 자리를 해줄 친구가 있을까?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들이 있을까?
미혼이라면 예쁜 드레스 하나 같이 관에 넣어줬으면 좋겠다
하늘나라에 괜찮은 남자 있으면 연애라도 하게-
내 빈소에는 90년대 발라드가 BGM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mbti N 맞는 것 같아요)
만약 내가 할머니가 되어 죽는다면 고독사로 공무원에게 발견되겠지?
그건 싫은데, 안락사가 합법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약에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면
고양이와 함께 하늘나라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무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외할머니께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보며
이번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할게요 :)
궁금하신 분은 아래 더보기 클릭!
외할매! 내다!!
하늘 보니까 외할매 얼굴이 크게 떠 있는 것 같아서
왐매는 하늘나라에 잘 도착한 것 같다
이제 이 세상에 왐매는 없어도 내 가슴 속에는 영원히 함께 한다고 생각할게
왐매 있을 때 결혼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그건 쪼매 아쉽다
앞으로 남자 만나면 왐매한테 보여줘도 괜찮은 사람인지
왐매한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인지
꼭 생각해보고 만나겠소!
왐매가 하늘 나라에서 보기에 영~ 파이다 싶으면
내한테 신호를 보내시오!
그라믄 내가 그 남자는 확 차뿔게!! 알겠제??
외할매, 내가 첫째로 태어난 아기라서 왐매가 내 맨날 예뻐해주고
용돈도 맨날 챙기주고 버선발로 마중 나오고
정말 고마웠데이
대구 갈 때마다 왐매 옆에서 잘 때는 너무 편안하고 따뜻했다
그래서 맨날 왐매랑 헤어질 때마다 펑펑 울었던 것 같데이
외할매가 내한테 주었던 사랑만큼
내도 주변 사람들한테 베풀면서 살게
외할매 거기서 이제 편안히 쉬고
나~~중에 내 할매되서 또 만나제이
내 못알아보지 말아래이!
외할매 사랑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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